정부가 시행했던 공공기관 차량 2부제가 결국 다시 5부제로 완화됩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에너지 절약을 위해 강력하게 시행됐던 차량 2부제가 사실상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정책 방향도 바뀌게 됐습니다.
차량 2부제란?
차량 2부제는 자동차 번호판 끝자리 숫자를 기준으로 운행을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홀수 날짜에는 번호판 끝자리가 홀수인 차량만 운행하고, 짝수 날짜에는 끝자리가 짝수인 차량만 운행하는 방식입니다. 하루는 운행하고 다음 날은 쉬는 형태이기 때문에 '홀짝제'라고도 불립니다.
예를 들어 번호판 끝자리가 1, 3, 5, 7, 9인 차량은 홀수 날짜에만 운행할 수 있고, 0, 2, 4, 6, 8인 차량은 짝수 날짜에 운행하는 방식입니다.
정부는 에너지 위기 상황이나 미세먼지 저감이 필요한 경우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차량 2부제를 시행해 왔습니다.
차량 5부제란?

차량 5부제는 번호판 끝자리 숫자를 5개 그룹으로 나눠 일주일에 하루만 운행을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월요일 : 끝자리 1·6
- 화요일 : 끝자리 2·7
- 수요일 : 끝자리 3·8
- 목요일 : 끝자리 4·9
- 금요일 : 끝자리 5·0
즉, 자신의 차량 번호 끝자리에 해당하는 요일 하루만 운행을 쉬면 되는 방식입니다.
차량 2부제가 운행 제한 강도가 높은 제도라면, 차량 5부제는 국민 불편을 줄이면서도 일정 수준의 에너지 절약 효과를 기대하는 완화된 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차량 2부제·5부제 제외 차량은?
차량 2부제와 차량 5부제를 시행하더라도 모든 차량이 운행 제한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국민 안전과 공공서비스 유지 등을 위해 일부 차량은 예외로 인정됩니다.
대표적인 제외 차량은 다음과 같습니다.
- 경찰차, 소방차, 구급차 등 긴급자동차
- 군용 차량 및 국가 안보 관련 차량
- 장애인 사용 자동차(관련 법령에 따라 등록된 차량)
- 외교용 차량
- 우편·전기·가스·통신 등 긴급 공공서비스 차량
- 도로 유지·보수 등 공공 업무 수행 차량
- 정부가 별도로 인정한 업무용 차량
- 영유아와 같이 동반하는 차량
또한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차량 2부제와 5부제는 기관의 특성과 업무 여건에 따라 예외 차량을 별도로 지정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재난 대응이나 민원 업무에 반드시 필요한 차량은 운행 제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반면 일반 승용차는 특별한 예외 사유가 없는 경우 차량 번호 끝자리에 따라 운행 제한을 받게 됩니다.
일반 시민도 적용되나?
이번에 시행된 차량 2부제는 공공기관과 공공부문 차량을 대상으로 한 조치였습니다.
일반 국민의 개인 승용차에 대해 전국적으로 의무 시행된 것은 아니며, 공영주차장 이용 제한 등이 일부 적용되는 수준이었습니다.
다만 앞으로 에너지 위기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등이 발령될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결정에 따라 적용 대상과 예외 차량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해당 지자체의 안내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왜 다시 차량 5부제로 바뀌나?
정부는 최근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주의' 단계로 낮추면서 공공기관 차량 2부제를 다시 차량 5부제로 완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국제 에너지 수급 상황이 다소 안정된 데다, 실제 시행 과정에서 차량 2부제의 실효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공공기관에서도 차량 2부제 위반 사례가 다수 발생했고,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지역에서는 직원들의 불편과 업무 차질이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를 반영해 정부는 보다 부담이 적은 차량 5부제로 운영 방식을 조정하게 됐습니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운행 제한을 완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에너지 절약 정책을 추진할 때 국민 생활과 현실적인 여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차량 2부제는 왜 시행됐나?
정부는 올해 중동 지역 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원유 수급에 대한 불안이 커지자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상향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에는 공공기관 차량 5부제가 먼저 시행됐고, 이후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가 '경계' 단계로 격상되면서
4월 8일부터는 공공기관 차량 2부제(홀짝제)로 강화됐습니다. 공영주차장에도 차량 5부제가 함께 적용되며 공공부문부터 에너지 절약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정책 취지는 분명했습니다.
차량 운행을 줄여 연료 소비를 절감하고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시행 과정에서는 여러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 스스로도 차량 2부제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산하기관에서만 차량 2부제 위반 사례가 899건 적발됐으며, 전체 공공기관과 중앙부처를 합치면 위반 건수는 2만7천 건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책을 시행한 정부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한 셈입니다.
직원들은 불편, 효과는 의문
현장에서는 불만도 적지 않았습니다.
대중교통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자가용이 사실상 필수인 경우가 많았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가족 차량을 번갈아 이용하거나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등 편법이 생겨났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특히 지방 공공기관에서는 차량 운행 제한이 오히려 업무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목소리도 이어졌습니다.
공영주차장 5부제도 기대만큼 확산되지 못했다
공영주차장 차량 5부제 역시 예상과는 다른 결과를 보였습니다.
정부는 전국 약 3만 곳의 공영주차장을 대상으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시행된 곳은 이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시행 대상에서 제외된 공영주차장이 적용된 곳보다 훨씬 많아 정책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차량 2부제는 다시 완화
정부는 6월 30일 국무회의에서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주의' 단계로 낮추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차량 2부제는 다시 차량 5부제로 완화되고, 공영주차장 차량 5부제는 해제됩니다. 이는 에너지 수급 상황이 다소 안정된 점을 반영한 조치입니다.
정책이 남긴 과제
이번 차량 2부제는 에너지 절약이라는 목적에는 공감대가 있었지만, 현실적인 여건과 충분한 준비가 뒷받침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정부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하는 정책에서 대규모 위반 사례가 발생했고, 현장에서는 불편만 커졌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습니다.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는 국민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와 현실을 고려한 제도 설계, 그리고 정부의 솔선수범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이번 사례는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