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화로 철거가 결정된 서소문 고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진행되던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작업 중 구조물이 붕괴되며 대형 인명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공사 사고를 넘어 노후 인프라 관리와 해체 공사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소문 고가차도는 오랜 기간 사용되면서 노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시설입니다. 차량 통행량 증가와 구조물 노후화가 겹치면서 안전성 문제가 꾸준히 거론됐고, 결국 서울시는 전면 철거를 결정했습니다.
특히 전국적으로 준공 후 수십 년이 지난 교량과 고가차도가 증가하면서 대규모 정비 사업이 본격화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서소문 고가 역시 이러한 노후 인프라 정비 대상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붕괴 사고는 어떻게 발생했나
사고는 지난 26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발생했습니다. 당시 현장에서는 상판 절단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날 오전 2시 30분쯤 구조물의 핵심 부재인 거더(girder)에 약 29㎜의 침하 현상이 발견됐습니다. 이에 따라 공사는 즉시 중단됐고, 현장에서는 추가 처짐을 막기 위한 임시 보강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이후 시공사와 감리단, 서울시 관계자들은 긴급 안전진단을 실시하기 위해 현장 점검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구조물 전체가 갑작스럽게 붕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계자들은 안전모를 착용한 상태로 고가차도 아래에 들어가 구조 상태를 확인하던 중 갑작스럽게 구조물이 붕괴되면서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번 사고로 감리단장과 현장소장, 외부 전문가 등 3명이 숨졌고, 공무원 등 여러 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사고 직전까지 열차 운행도 계속됐습니다
사고 당시 더 큰 논란이 된 부분은 붕괴 직전까지도 고가차도 아래 철로에 열차가 정상 운행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사고 발생 약 5분 전 KTX 열차가 현장 아래를 통과했고, 이후 무궁화호 열차도 지나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만약 붕괴 시점이 조금만 달랐다면 열차 승객들까지 위험에 노출될 수 있었던 상황입니다.
보행 통제 역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는 안전 불감증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당시 붕괴 위험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으며, 안전 점검 결과에 따라 이후 통제 여부를 결정하려 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위험 상황에 대한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한토목학회 “구조적 제도 공백” 지적
대한토목학회는 이번 사고를 단순한 현장 과실이 아니라 ‘구조적 제도 공백이 만든 참사’라고 평가했습니다.
학회는 현재 국내 해체 공사가 여전히 신축 공사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 안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교량과 같은 토목 구조물 해체에는 고도의 구조 해석과 전문 감리가 필요하지만 관련 제도가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국내에는 교량 해체 전 정밀 해체설계를 의무화한 규정이 부족하고, 해체 공사 전문 감리 자격 체계 역시 미비한 상황입니다.
대한토목학회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해체설계 의무화 ▲전문 감리 제도 도입 ▲적정 공사비 확보 ▲원격 안전점검 강화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노후 인프라 시대, 안전 기준 강화 필요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전국적으로 노후 교량과 고가차도 철거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고를 단순한 일회성 참사로 넘겨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해체 공사 과정에서의 안전 진단과 교통 통제, 구조 해석, 현장 대응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서소문 고가 붕괴 사고는 단순한 철거 현장 사고를 넘어, 노후 인프라 시대에 우리 사회의 안전 시스템이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으로 남고 있습니다.